오늘의 본문은 ‘짐을 지라’라는 사도바울의 권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가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짐’이라는 단어를 두 번에 걸쳐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2절에서 ‘너희가 서로 짐을 지라’라는 구절에서, 그리고 두 번째는 5절에서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라고 적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내가 아닌 타인의 짐을 지어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면 두 번째는 내 자신이 지어야 하는 짐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지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짐’의 의미는 무엇이겠습니까? 

‘짐’을 갈라디아서 전체의 주제와 연결해서 ‘율법’으로 보아야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 보다는 이전 장들과의 연관성 혹은 흐름을 고려해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짐’은 1절에서 언급하고 있는 시험 혹은 유혹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본문 1절을 통해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사도바울은 두 가지의 일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범죄한 사람을 온유한 심령으로 바로잡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기 자신을 살피고 시험에 넘어지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1절의 하반절을 보면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이겠습니까?

온유한 심령으로 바로 잡아야 하는 대상이 행한 범죄는 결국 시험이나 유혹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에 너도 그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 라고 경계하고 권면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말씀입니다. 다시말해 성령의 일과는 상반되는 육체의 소욕을 갖게 하는 시험 혹은 유혹을 경고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가 성령을 거스리는 육체의 소욕을 갖고 육체의 일에 몰두하도록 하는 것은 사단의 주는 유혹과 시험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습니까?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 시기와 분쟁과 당을 짓도록 우리를 만드는 것은 그것이 주는 달콤함의 유혹에 빠져서가 아니냐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2절에서의 ‘너희가 서로 짐을 지라’라는 말씀은 성도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과 시험에 들지 않도록 서로가 권면하고 돌아보며 함께하라 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시험과 유혹에 끌려 썩어질 육체의 열매를 맺는, 신앙의 길에서 벗어난 성도들을 성령이 인도하시는 삶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사명의 짐도 함께 지을 것을 말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갈라디아서 교회가 안고 있던 율법주의로 인한 교회적 혼란도 따지고 보면 짐을 서로가 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율법주의라는 유혹의 적은 누룩이 교회 공동체라는 온 덩이에 퍼지지 않도록 서로가 짐을 지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성도 혼자서 이러한 짐을 지게 되면 그 무게에 짓눌려서 헤어 나오기 힘들 수 있지만 동일한 신앙을 가진 성도들이 함께 함으로써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바울은 너희가 짐을 서로 지음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보호해 줄 것을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5절의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라는 말씀도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3절과 4절에서는 성도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교만과 외식적 신앙을 경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것들 역시 유혹과 시험의 경로를 통해 각 개인의 신앙생활을 변질시키고 오염시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8절을 통해 그러한 신앙과 삶이 맺는 결과 곧 열매가 어떠한지를 분명히 밝혀두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성도여러분 모두가 서로의 짐을 지어주시고 동시에 각자의 짐을 담대하게 지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믿음을 뒤흔드는 유혹과 시험을 분별하고 그것을 단호히 거절하고 이겨내시는 믿음의 승리자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홍기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