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사무엘하 말씀을 묵상합니다. 

우리는 어제 삼상31장에서 사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계속 진행됩니다. 다윗은 아말렉을 쳐서 무찌르고 시글락성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이스라엘 진영에서 한 사람이 다윗을 찾아옵니다. 자신을 아말렉 사람이라고 소개했는데(8절) 바로 사울과 그의 아들들의 전사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보니, 사울이 길보아산 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고통당하고 있는데 자기보고 죽여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살아날 가망성이 없어서 그를 죽이고 왕관과 팔고리를 가지고 왔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다윗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11~12절입니다. 

옷을 찢고 저녁 때까지 슬퍼하며 울며 금식했다고 나옵니다. 

그리고 사울을 죽인 그 청년에게 말합니다. “여호와의 기름부음 받은 자 죽이기를 두려워하지 아니하였느냐” (14절) 라고 말하면서 그를 죽입니다. 

그리고 나서 조가를 만듭니다. 그 조가가 오늘 본문 19~27절까지 나옵니다. 

여러분, 다윗이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며 조가를 불렀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자신을 이유없이 죽이려고 했던 사울의 죽음을 슬퍼했다는 이야기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윗의 행동은 단지 민심을 자기에게 돌리기 위한 정치적 쇼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그런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들을 볼 수 있는데요, 

첫째는 이런 소식을 자랑스럽게 전한 아말렉 사람을 죽였습니다. 만약 속으로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 청년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겠죠. 하지만 다윗은 하나님께서 기름부음 받은 사울을 죽였다는 이유로 이 청년을 죽입니다. 

두 번째로, 다윗이 두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조가를 지어 불렀다는 것입니다. 

시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그냥 슬퍼한 것이 아닙니다. 조가까지 지어서 그들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것은 단지 정치적인 쇼로 행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다윗은 이 조가를 백성들에게 가르쳐 부르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냥 다윗 혼자 슬퍼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가를 만들고, 그것을 모든 백성들에게 가르쳐서 부르게 했다는 것은 진정한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사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울이 죽었다는 소식이 인간적으로 본다면 얼마나 기쁜 소식입니까? 하지만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습니까? 

다윗은 평생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을 향해서 증오심의 노예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유진 피터슨은 그의 책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윗은 자신에 대한 사울의 증오가 아니라 사울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에 입각하여 기도하고 결단했다.”

자신을 노예로 팔았던 형들을 생각하면 요셉의 마음에 얼마나 분노가 많았겠습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하나님의 큰 구원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형들을 용서하고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 드릴 수 있었던 것이죠. 

어쩌면 다윗에게도 그런 하나님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사실 사울이 있었기에 그는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신앙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시편의 70% 탄식시이며, 그중 많은 시들이 다윗의 시입니다. 다윗도 처음에는 사울을 향한 증오의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나중에는 긍휼의 마음으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조가까지 지어 부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사울같은 사람들, 사울같이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만드는 삶의 환경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 때문에 내가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내 신앙을 더욱 순수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진피터슨의 말처럼, 그 사람을 향한 나의 증오가 아니라 그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에 입각하여 기도하시고 대하실 수 있는 우리 모두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