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이제 더 이상 이스라엘 땅안에서는 사울을 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블레셋으로 피하게 됩니다. 그때 이미 다윗을 따르던 사람들이 600명 정도 되었는데 블레셋 땅 시글락성을 거점으로 약 1년4개월을 머물게 됩니다. 

그런데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을 죽인 다윗이 어떻게 블레셋에 가서 살 수가 있었겠습니까? 

먼저 성경에 블레셋이라고 나오는 것은 한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블레셋은 같은 민족이긴 하지만 각각의 도시국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골리앗의 고향 가드를 제외하고, 다른 블레셋 도시국가 편에서 보면 다윗은 거대한 장수 골리앗을 죽인 대단한 장군인 것입니다. 그런 다윗을 자기 편으로 들일 수 있다면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아기스왕이 다윗을 받아 들이고 시글락성에 머물게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그 아기스 왕이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전쟁에서 블레셋군대는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대치하고 있고, 그 뒤에 아기스왕과 다윗이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블레셋 사람들의 방백(지휘관)들이 이걸 문제삼은 것입니다. 

그들은 다윗을 돌려 보낼 것을 아기스 왕에게 강력하게 건의합니다. 그들의 강력한 주장에 이기스왕도 어쩔 수 없이 다윗을 돌려 보내게 됩니다. 여기에 대해 다윗은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아기스 왕에게 충성을 다했는데 이렇게 하냐면서 서운함을 표합니다. 그런 다윗을 아기스왕은 위로하며 돌려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오늘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뭘까요? 저는 굉장히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1. 아기스왕: 적국의 장수인 다윗을 받아주었고, 그와 함께 있는 동안 다윗은 아기스에게 충성을 다한 것 같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언급하며 다윗을 세 번이나 인정합니다. 그러기에 이 중요한 전쟁에 다윗과 함께 나간것입니다. 이런 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

2. 블레셋 방백들: 아기스왕은 다윗과 함께 한 시간이 있기에 그를 신뢰했을지 모르지만 블레셋 방백들 입장에서 보면 그런 신뢰가 없지 않습니까? 다윗이 변심하고 자신들을 공격하면, 그들은 꼼짝없이 당하고 말 것입니다. 자신들의 생명이 걸린 전투에서 그들의 요구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요? 

3. 다윗: 다윗의 행동이 이해하기가 가장 힘듭니다.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 보면 다윗은 민족을 배신한 배신자입니다. 

어떻게 이스라엘을 괴롭힌 블레셋으로 망명하고, 그들편에 서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러 나왔단 말입니까? 

종교주의자들 입장에서 보면, 사울에게 쫓기고 죽을 고비를 경험했지만 그래도 약속의 땅을 벗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다윗입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스라엘에서는 이제 더이상 숨을 곳이 없고, 사울에게 발각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금 다윗은 자기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고, 600명의 군사와 그들의 가족들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적국인 블레셋에 망명했다고 해서 비방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이해가 갑니다. 이해는 가지만 각각 자기들만의 이해관계 속에서 너무나 복잡한 문제들이 꼬여 있습니다. 저는 오늘 본문에서 어떤 인물을 보면서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면을 부각하면서 본받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윗은 좋은 사람이니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정당하고 블레셋은 악한 사람들이니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악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우리 인생의 한 단면,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복잡합니까?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여전히 갈등과 아픔은 존재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며, 오늘 본문은 그런 면에서 무엇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하나님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저 멀리에서 뒷짐지고 보기만 하고 계신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다윗이 이 전쟁에 나가서 이스라엘에게 큰 피해를 줬다면 나중에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있었을까요?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막으신 것이죠. 

다윗 안에 많은 내적 갈등이 있었겠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삶에 하나님도 함께 계셨습니다. 아마도 다윗은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시간의 의미들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걸 다 알거나 이해하고 가는 거 아닙니다. 인생의 모호성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신뢰하며,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시점 그분의 인도하심을 알게되고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이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임창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