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의 사건에는 다윗과 나발 그리고 그의 아내였던 아비가일이 주된 인물로 등장하게 되는데 2절에서는 나발을 마온에 거주하며 목축업을 생업으로 한 부유한 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얼마간 그의 무리들과 이곳에 머물게 되었는데 나발을 통하여 양식의 도움을 얻고자 사람들을 보내어 정중히 요청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발은 이러한 다윗의 요구에 대하여 단칼에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그를 무시하고 모욕하기까지 이르고 맙니다. 나발의 이러한 수치스런 대답을 듣게 된 다윗은 자신의 무리들을 동원하여 물리적인 보복을 작정하고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것이 오늘 본문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다윗은 하나님도 인정하시는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자 했고 믿음으로 고난과 핍박을 인내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고자 힘썼던 사람이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본문 속 다윗은 그러한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대단히 감정적이고 자제력을 잃은 연약한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22절은 이러한 다윗의 모습이 나발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내가 그에게 속한 모든 남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아침까지 남겨 두면 하나님은 다윗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 하였더라’  

당시 다윗의 분노가 얼마나 크고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 장면에서 과연 다윗의 분노가 옳은 분노였는가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본문 속 다윗의 분노는 예수님과 같은 의롭고 거룩한 분노라고 보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2절의 설명처럼 나발은 완악하며 행실이 악한 자였습니다. 무엇보다 다윗의 선을 악으로 갚는 불의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조롱과 멸시를 거리낌 없이 행한 악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윗의 분노와 징벌을 내리고자 했던 동기가 악인을 심판하거나 벌을 주기 위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윗이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다윗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다윗의 생각과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화가 났던 것입니다.   

본문 2절에서 다윗이 향한 곳이 ‘바란 광야’라고 적고 있는데 이곳은 리더로써 책임져야 하는 무리들을 잘 먹이고 보살필 수 있는 최적인 곳이었습니다. 더욱이 나발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당연히 자신의 무리를 위한 식량을 공급받을 것을 확신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에게 돌아온 것은 거절과 모욕 그리고 리더의 책임감을 다하지 못하게 된 당혹스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쏟아져 나와 다 죽여 없애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계획대로, 생각대로, 의도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화가 났다는 말씀입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의 분노 안에도 본문 속 다윗의 모습이 있지 않습니까?

계획대로 생각대로 기대한대로 해주지 않는 누군가를 향해 분노하지 않습니까?

내 기준에 맞춰 주지 않는 상대에게 화를 내고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많은 경우 분노의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 교만과 독선, 이기심, 아집이 결국 나 자신을 분노하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분노의 희생자는 늘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가까운 친구도, 이웃도, 가족들도 분노의 대상이 된다라는 말씀입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만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의미가 담긴 설 명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즐거워야 할 날에 많은 가족들이 명절에 화내고, 소리치고, 싸우며 서로에게 분노를 쏟지 않습니까? 성도 여러분들은 화내고, 소리치고 싸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혹시 어떤 일로 화가 나도라도 내가 화를 내는 원인이 혹 내게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는 믿음의 성숙함을 소유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분쟁과 다툼을 그치게 하고 회복케 하는 주님이 말씀하신 화목케 하는 직책을 감당하실 수 있기 원합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즐겁고 사랑이 풍성한 설 명절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기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