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블레셋의 침공으로 다윗 쫓기를 그만두고 돌아갔던 사울이 그가 엔게디에 있다는 것을 알고 3천명을 데리고 다시 다윗을 죽이려고 갑니다. 3천명은 다윗의 군사보다 약 5배나 많은 숫자였습니다. 

엔게디는 문자적으로 ‘아이의 샘’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예루살렘을 기준으로 보면 동남쪽이며, 사해를 기준으로 보면 서쪽에 있습니다. 험한 계곡과 깊은 동굴이 많은 지역이며, 그 이름의 뜻처럼 오아시스가 있는 곳입니다. 동굴들이 많다보니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발견이라고 하는 사해 사본들이 엔게디 지역의 동굴들 중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광야에서 동굴은 몸을 숨길 수 있고, 시원하기 때문에 쉴 수 있는 곳입니다. 다윗도 바로 그 중 어느 동굴에 따르는 자들과 함께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3절을 보면 마침 다윗을 쫓던 사울도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동굴에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지중해의 밝은 태양빛 아래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면 어떻게 됩니까? 안보이죠. 그래서 다윗과 그의 무리를 보지 못하고 볼 일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바로 그 사람이 사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윗의 신하들이 말합니다. (4절)

바로 지금 이 기회는 하늘이 준 기회라는 것이죠. 볼일을 보러 들어왔기 때문에 그 주위에 호위 군사들이 없었겠죠. 그리고 비무장이었을 가능성이 높겠죠.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고대사회에서는 왕만 죽이면 승리하는 것입니다. 

체스나 장기도 그렇지 않습니까? 왕만 죽이면 게임이 끝납니다. 바로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게임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사울만 죽이면 이 도망자 신세도 끝이 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어떻게 합니까? (6절) 바로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인 사울을 죽이지 않고 살려 줍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이런 상황이라면 다윗의 부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다윗은 그 기회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결정을 내립니다. 

저는 이러한 다윗의 모습에서, 온전히 하나님을 신뢰하는 그의 모습과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봅니다. 우리에겐 할 수 있는 자유도, 하지 않을 자유도 있습니다. 

다윗은 운명론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운명론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하나님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그 기회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화가 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사울을 죽였겠지요. 

하지만 다윗은 그렇게 운명론에 붙들린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정해놓고 반드시 그렇게만 해야지 우리에게 화가 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할 수 있는 자유도, 하지 않을 자유도 있습니다. (물론 악과 선의 선택에서는 제외됩니다) 단 전제가 있지요, 하나님을 깊이 신뢰할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어느 순간에서건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그분의 뜻을 구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오늘 말씀에서 살펴보고 싶은 것은 왜 사울이 이렇게까지 다윗을 죽이려고 했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사울 주위에 있던 자들(9절): 다윗이 사울을 죽인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첨하던 신하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자들이 나쁜 사람들이만 그런 자들을 곁에 둔 사울 책임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주위에 충언을 할 수 있는 신하들을 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울의 주위에는 그런 충신은 없고, 아첨의 말로 왕의 판단을 흐리게 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느 소리에 귀기울려고 합니까?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가 여러분의 생각을 지배할 것입니다. 

임창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