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에는 우리가 잘 아는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담과 하와가 동침하여 가인과 아벨을 낳습니다.

이들이 장성해서 가인은 농사를 지었고, 아벨은 양을 치게 됩니다.

나중에 이들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않으시고, 아벨의 제사만 받으셨습니다. 이게 발단이 되어서 나중에 가인이 아벨을 죽이게 됩니다. 인류최초의 살인이 가장 가까운 형제사이에서 일어난 것이죠.

그런데 왜 하나님께서 아벨의 제사는 받으시고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않으셨을까요?

어떤 이는 재물의 문제라고 합니다. 제사엔 피가 있어야 하는데, 가인의 제사에는 희생이 없었다고요. 하지만 레위기에 나오는 제사에는 곡물로 드리는 제사도 있기에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본문을 보면 이 물에 대한 대답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4,5절: “아벨과 그의 제물” “가인과 그의 제물”

제물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것을 드리는 사람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제물만 안 받으신 게 아니고 그 사람 자체를 안 받으신 거죠. 이게 결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단서가 그 뒤에 가인의 태도에서 나옵니다.

“분하여 하고, 안색이 변함(6절)”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을 향해 분노하는 모습에서 그가 어떤 마음으로 제사를 드렸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제사라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사 드리는 사람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오늘 예배 드리는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나요?

결국 이 문제로 가인이 아벨을 죽이게 되고 하나님의 저주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가인은 죄의 형벌이 너무 무겁다고 하면서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라고 말합니다. 지금 세상엔 아담과 하와, 가인밖에 없는데 누가 죽이겠다고 하는 것입니까? 문자적으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구속사적인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성경이 모든 인류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요? 하나님의 구원역사와 관련된 역사만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시 이들 이외에도 많은 인간들이 살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이후에 가인은 놋 땅에 거주하면서 아내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해석의 여지를 생각하면서, 저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이 본문을 묵상해 봤습니다.

가인은 아무도 없는데 공포를 느낍니다. 이것은 죄인인 인간이 느끼는 공포, 두려움인 것입니다. 우리가 죄를 지으면 아무도 모른다 해도, 아무도 보지 못했다 해도, 그 사람의 마음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죄인된 인간의 실존인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가인의 자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인의 자손은 발달된 문명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들의 삶은 정글과 같은 삶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23절) 이것은 마치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우리는 엄청난 물질문명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우리 삶의 모습을 보면, 마치 동물적 세상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물질적 풍요함을 누리고 싶어하는 만큼, 그 삶의 내용에 있어서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리 물질문명의 발전을 이룬다 할지라도 우리는 동물적 세상에 살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