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편에는 지금 시인이 어떤 형편과 처지에 있는지 상상해 볼 수 있는 구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1절에 “물들이 내 영혼에까지 흘러 들어왔나이다” 그리고 2절에 “나는 설 곳이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며 깊은 물에 들어가니”

홍수 이미지가 떠 오릅니다. 아마도 시인의 삶에 한꺼번에 몰려온 어려움으로 숨 쉴 수도 없는 형편에 있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시인의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시인의 생명을 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4절) “까닭 없이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나의 머리털보다 많고...내가 빼앗지 아니한 것도 물어 주게 되었나이다” 

그런데 시인 자신뿐 아니라, 시인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무고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6절에 “주를 바라는 자들이 나를 인하여 수치를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주를 찾는 자가 나로 말미암아 욕을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자신이 괴로움을 당하는 것도 힘들지만, 자신 때문에 무고한 가족이나 의인이 고난을 받는다면 그것 또한 너무나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시인은 형제들에게서도 낯선 사람 취급을 받은 것 같습니다. 8절에 나오는 “나의 형제”는 말 그대로 시인의 형제요, “나의 어머니의 자녀”는 배다른 이복형제들을 의미할 것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힘들 때 가족인 그들에게서 조차도 이해를 받지 못하고 이방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9절의 말씀은 신약에서 예수님에 대한 말씀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요2:17절(성전 정화 사건) “제자들이 성경 말씀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히 나를 삼키리라 한 것을 기억하더라” 

8절과 9절의 말씀 모두 예수님을 연상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셨을 때, 그의 형제들도 예수님을 미친 사람 취급하며 배척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가깝고, 어려울 때 이해를 해 줘야 하는 대상들인데 오히려 그들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곡하고 금식하며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10절) 하지만 원수들은 오히려 비웃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인은 하늘의 하나님께 기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기도의 내용이 13절부터 나옵니다. 

하나님의 인자와 구원의 진리로 응답해 달라고(13절), 자신을 수렁에서 건, 깊은 물에서 건져 달라고(14절) 주의 얼굴을 주의 종에게서 숨기지 말아 달라고, 속히 응답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17절) 원수들을 심판해 달라는 간구도 하고 있습니다. (22~26절) 

그리고 하나님을 찾는 이들을 대상으로 마음을 소생하게 할지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32절) 그 근거가 무엇입니까? 33절에 여호와는 궁핍한 자의 소리를 들으시며 자기로 말미암아 갇힌 자를 멸시하지 아니하신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새벽에 나와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 헷세드, 그분의 사랑, 그분은 궁핍한 자의 소리를 들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분께 통회하고 자복하는 자, 하나님께만 소망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간구하는 자들, 그런 이들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간구함을 제물로 황소를 드리는 것보다 더 기뻐하십니다.(31절) 이 소망을 가지고 오늘도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