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이 선택받은 백성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일 수 있지요.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교만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본문에서, 그들이 원래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해서 비유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1~3절에서는 예루살렘의 비천한 출생을 다룹니다.

2절에서는 예루살렘의 근본이 가나안, 아모리, 헷이라고 부릅니다. 

다윗이 예루살렘을 정복하기 전 예루살렘은 여부스 족속이 차지한 성읍이었습니다. 이처럼 예루살렘의 주민은 원래 여부스 족속이었지만 이들이 산지에 거하는 족속이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지형에 살았던 헷 족속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모리인은 가나안 거민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여기에 사용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4절부터는 예루살렘(유다)을 또 다르게 비유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원치 않는 아이로 태어나 들에 버려진 존재였다고 합니다. (5절) 

그들은 버려진 존재였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사람들입니다. 

그가 태어날 때, 배꼽 줄을 자르지 않고 물로 정결하게 씻지도 않았으며 소금을 뿌리지도 강보에 싸지도 않았다고 말합니다. 

예루살렘의 출생 모습은 그녀가 처음부터 자격이 없었고 원치 않은 자식이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예루살렘을 거두시고, 키우셨습니다. 

하나님은 벌거벗은 몸과 같은 그들의 수치를 가려주셨고(8절), 그녀를 영화롭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생아와 같은 그녀를 데려다가 왕후로 만드셨습니다.(13절) 하나님께서 가장 비천한 이스라엘을 가장 존귀한 자로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120년 전 서울의 피막골에서 고기를 대주던 30대의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백정으로 태어난 그는 호적이 없어서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었고, 이름도 없었고 그냥 박가라고 불리었습니다. 당시 신분제 사회에서 7천반이라고 해서 가장 천시받던 7가지 직업이 있었습니다. 광대, 포졸, 나무껍질를 벗겨 장을 만들던 고리장, 무당과 기생, 가죽으로 신을 만들던 갖바치와 백정이 그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백정은 가장 낮은 신분이었다. 이들은 장가를 들어도 상투를 틀 수 없었고, 갓을 쓰거나 도포를 입을 수도 없었습니다. 코흘리개도 나이 많은 백정에게 말을 놓을 만큼 인격적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에겐 어린 아들 봉출이가 있었음. 봉출이도 아버지의 신분을 고스란히 물려 받아야 했는데, 선교사 에비슨을 통해, 훗날 제중원 학생이 되고, 제중원 1회 졸업생 7명 중 한 명이 됩니다. 바로 의사가 된 것이죠. 그가 바로 박서양입니다. 

이 박서양이 의사가 되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일평생 감사하며 살지 않았을까요?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일평생 종으로 살 수 밖에 없었는데 선교사를 통해 기독교 복음을 접하고, 교육의 기회를 얻고, 의사가 되어서  아픈 사람들을 돌보며, 존중받는 삶을 살았을 때 그는 아마도 일평생 감사하며 살았을 겁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 박서양과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들의 옛모습을 잊어버리고 교만해졌습니다. 

어쩌면 이스라엘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은 없습니까? 구원의 감격은 사라지고 교만해지지는 않았습니까? 감사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습니까? 한국교회도 그렇지 않습니까? 교회역사에 이런 비약적인 부흥을 한 민족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하나님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이런 우리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대해 주시는지 생각해 보면서 잃어버린 감사를 회복하길 바랍니다.